국방부, 세 살배기 외동딸 남기고 입대한 6·25전사자 고(故) 송영환 일병… 백부의 소생(所生)으로 살아온 딸, 유전자 검사로 73년 만에 신원 확인2013년 9월, 강원 동해에서 발굴된 유해… 11년 만에 친딸의 유전자 검사로 신원확인
[대한환경신문=김진훈 기자] 국가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세 살배기 외동딸을 남기고 6·25전쟁에 자원입대했다가 전사한 호국영웅의 신원이 지난 10월 21일 확인된 후, 10월 30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전사로 인해 큰아버지의 소생으로 출생신고된 딸이 유전자 검사에 참여하여 73년 만에 친부를 찾게 됐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2013년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6·25전쟁 당시 정선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인근 군(軍)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전사한 고(故) 송영환 일병으로 확인했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38명으로 늘었다. 고인의 신원확인은 지역주민의 제보를 시작으로 국군 장병들에 의한 유해발굴, 병적자료 검증을 통한 기동탐문,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채취 등 다양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유단은 2013년 9월, 제보자의 아버지가 전쟁 당시 선산에 국군 전사자를 묻었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유해발굴을 진행했다. 그 결과, 머리뼈부터 발뼈까지 대부분의 골격이 온전히 남아있는 완전 유해 6구와 부분 유해 1구를 수습했으며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만 고인을 포함하여 총 3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후 2020년 6월, 고인의 외동딸 송재숙(1948년생) 씨가 아버지의 유해라도 찾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국유단을 방문하여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지만, 당시 유전자 기술로는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국유단은 과거 유전자분석이 이뤄진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를 보다 정확도가 높은 최신 기술로 재분석하여 유해를 발굴한지 11년 만인 올해 10월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한편, 고인의 남동생 고 송의환 일병도 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11월, 형보다 먼저 입대해 제2사단 소속으로 참전 중 1951년 2월, 영천-보현산 일대 공비토벌 작전 간 실종/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나 안타깝게도 고인의 유해는 아직까지 수습되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 있었다. 고인은 국군 제9사단 29연대 소속으로 여러 전투에 참전했으며, ‘정선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인근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전사했다. 고인은 1924년 6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서 4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가다가 서울 용산으로 이사해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아내와 세 살배기 외동딸을 남기고 1950년 12월, 제2훈련소에 자원입대했다. 고인은 제9사단 29연대 소속으로 경북 봉화, 강원 평창 등 여러 격전지에 참전했다. 이후 정선 전투에서 북한군과 맞서 싸우다 총상을 입고 제1이동외과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1951년 3월 17일 스물여섯의 나이로 장렬히 전사했다. 고인은 전투 공적을 인정받아 1954년 9월, 화랑무공훈장을 수여 받았다. ‘정선 전투’는 국군 제9사단이 1951년 2월 16일부터 24일까지, 강원 정선과 평창을 점령한 후, 강원 영월과 충북 제천으로 진출하려던 북한군 제2·3군단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방어 전투이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10월 30일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열린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을 접한 외동딸 송재숙 씨는 “6·25전쟁에서 아버지가 전사하신 후, 당시 어머니와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호적에 올릴 수 없어서 큰아버지 밑에 호적을 올리고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부녀관계가 확인되어 친아버지를 찾게 되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옵니다. 국가와 국방부가 정말 좋은 일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2013년 당시 유해발굴 현장에서 유해 7구를 직접 발굴했던 국유단 함성제 육군 상사(현 국유단 행사지원담당)는 신원확인 소식을 접하고 “10여 년 전 제 손으로 발굴한 유해가 마침내 신원이 확인되어, 유가족분께서 오랜 기다림 끝에 친아버지를 찾게 됐다고 하니 감격스럽습니다. 앞으로도 한 분이라도 더 많은 호국영웅을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며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6·25 전사자의 신원확인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 채취는 6·25 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 가능하며, 제공하신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6·25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유가족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시간과의 전쟁’을 하는 상황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대한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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